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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회사에서 일하기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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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간 일 해보며 느낀점
ㆍ작성자 :
요식업계라는 회사
ㆍ등록일 :
2012-04-01 01:05
ㆍ조회수 :
1526
무슨소리를 들으려고 이런 글을 오늘 쓰는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하고싶은 말들이 쏟아져나와서 한번 글을 적어봅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이쪽 업계 일을 처음 시작했네요.
이제 몇년째 이 일을 하고 있는데
일단 급여가 자꾸만 타 직종 사람들과 비교를 했을때 적다고 느껴지니 힘들고
사실 그것보다 더 힘든건
어느 직장에 들어갔을 때, 견디기 힘든 문제(특히 인간관계 쪽으로)가 있기에
한 직장에 오래 머무를 수 없었다는 것이었어요.
같은 직장을 10년 20년씩 다니는 것도 하나의 로망(?)이 되어 버렸네요.
이쪽에서 직원 생활을 하면서는
정상적인 가정을 꾸리는데 힘이 들것 같아 아직 결혼은 안하고 있습니다.
결혼하고 애낳고 하면 생활비가 도저히 감당 안될듯 해서요.
그게 가장 큰 이유입니다.
때문에, 젊은나이에 결혼을 해서 와이프가 있는
20대 후반~30대 중반 남자요리사들이
더 큰 꿈을 펴고 싶은데, 넓고 깊게 뭔가 배우고 싶은데
당면한 현실때문에
부장이나 과장직을 맡아 '난 누구고 여긴 어딘가'라는 표정과 푸념으로
제자리걸음같은 업무에 파뭍혀 하루하루를 보내는 모습을 종종 봐왔습니다.
이런 부류들은
특히 모회사가 자본력이 있고 조직이 커서 업장 규모는 어느정도 되는데,
음식과 서비스 수준은 그렇게 높지 않은(어딘가 살짝 호텔 레스토랑스런 업장 직원들 사이의 분위기, 맛이 있는것도 아니고 없는것도 아닌 음식)
그런 레스토랑에 많더군요. 아마 경력자 분들 머릿속에 떠오르는 서울시내 몇몇 레스토랑 있을겁니다.
유명 파인다이닝 셰프 > 그들이 속한 곳 > 중소규모의 캐쥬얼한 개인 업장 > 프랜차이즈 ㅡ 아마 대충 이런 것 같아요.
호텔 주방은 경험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저는 이런곳에 있으면 불필요하게 느껴지는 직원들 사이의 규율과
재료는 괜찮게 쓰는데 이도저도 아닌 맛에 회의감을 느껴 나오게 됩니다.
이제 그런곳은 면접 가보면 대충 감이 오더군요.
파인 다이닝..
파인 다이닝 같은 경우 대부분이 12시간 정도는 예사로 넘겨버리는 일일 근무시간에
심한 곳은 밥먹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아예 중간 휴식시간이 없습니다.
12시간 이상을 서서 고개숙여 무언가를 하고, 계속 돌아다니고
만약 신발이라도 잘못 신고 일하면 퇴근시간만 기다려지면서 발과 다리가 부서져 버릴것 같죠.
머릿속엔 요리가 없고, 눈에 보이는 식재료는 그것이 무엇이든 다 지긋지긋해 보입니다.
집에 오면 간신히 씻고 자거나,
매일 일하고 자고 하는 일상의 이 와중에 작은 일탈이라면 그저
집에와서 컴퓨터를 켜고 여기저기 얇게 웹서핑 하는 정도.
온라인 게임 같은건 한번 빠지면 안그래도 힘든 하루 일과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할까봐 엄두도 안나네요.
성격 있는 유명 셰프 밑에서 일 할라치면 강한 텐션 속에서 하루종일 차렷자세로 스탠바이 하는 조폭 똘마니같은 긴장의 연속.
아무리 이사람이 유명 셰프라지만,
미슐랭 별 3개짜리 셰프도 아니고 고작 한국 국내에서 유명 셰프일 뿐이고
그렇다고 그가 만들어내는 음식들이 솔직히 내가 좋아하는 동네식당의 제육볶음보다도 더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을때면
레스토랑 밖 한켠에 숨어서 잠깐 쉬며 담배를 피울때 드는 그 오만가지 생각들이란...내가 이짓을 왜하나...뭐하는건가...
레스토랑 들어오기 전에, 그래도 뭔가 좀 다르겠지 하면서
그나마 약간 품었던 기대와 환상은
'역시나 여긴 한국이구나...'라는 마음과 함께 조금식 바스러져가고.
오픈주방에서 일 해보니, 나는 이렇게 남들 일할때 일하고 남들 놀때도 일하고 있는데
테이블에 저 커플들은 행복하게 음식을 먹고 있구나...라는
상대적 박탈감 같은게 들더군요.
이런 박탈감은 고급 레스토랑의 오픈주방일수록 심하고,
소위 현재 핫 플레이스라는 이태원이나 가로수길 같은 곳의 오픈주방에서 일 할때 더 심하게 들더군요.
그래서 주방일을 할때는 차라리 아무것도 안보고 속편한
뒷주방을 원하게 되었습니다.
오픈주방에서 일 해봐야,
좋은 음식을 정성껏 만들어주는 요리사에게 고마움과 경의를 표현하는 사람들보다는,
그냥 '만들고 있구나~' 'ㅉㅉ 고생한다...' 정도의 시선들이 주류를 이루는 손님들의 눈빛들.
사장에게라면 몰라도, 고용된 요리사 들에게
오픈주방이 무슨 큰 의미가 있는가 잘 모르겠고 샐러리맨에게는 그저 속편한 뒷주방이 났구나 싶어집니다.
주인의식이 없네, 멘탈이 글렀네, 당신은 요리인생엔 맞지 않는것 같다라는 둥 여러가지 반응이 예상되네요.
뭐 저는 어차피 주인이 아닌바에야, 직원에게 주인의식이 생길리 없다고 생각합니다.
주방 마감시간에 뒤늦게 들어오는 주문을 군소리없이 웃으면서 해결해 내는 요리사는 저도 한번 구경해 보고 싶네요.
주인의식, 내 가게처럼 일하기. 이런 진부한 얘기 그만 둡시다...
어디가서 직원으로 일한다면 윗사람에게 욕을 태배기로 먹을
그런 수준의 사람들이
사장으로, 지배인으로, 주방장으로 앉아있는 경우 많잖아요.
반대의 입장에서 봤을때도, 도저히 속을 모르겠는 종업원도 많겠죠. 그런 종업원들은 그렇게 표정 드러내지 않는 것을 사회생활 잘 하는거라 생각하며
급여를 받고 다음날 사라져버리는 (사장과 윗사람 엿먹이면서 서로 기타부타 언쟁할것 없이 깔끔하게 그만둬버리는... 종업원 처세의 왕도?)
가불,
쓸데없이 먼 거리를 출퇴근하느라 잦아지는 지각과 엉망이 되는 근태,
음주,
스스로 통제를 재대로 못하는 연애질로 영향받는 업무와
이로인해 주변에 가해지는 민폐,
도난,
맘 안맞는 직원간의 기싸움과 신경전...
사장위의 사장이라고, 건물주...아주 임대업이 신의 작업이라고..
대체 어디서부터 허파에 바람이 들은건지..
인근 부동산에서 불어넣은건지...
세는 세대로 빡세게 받고 욕심만 잔뜩 들어서
그나마 장사좀 될라치면 나가라고나 안하면 다행...
아니면 그놈의 세 받는것만 생각해서 멀쩡하게 장사 잘하는 색깔있는 개인업장 내보내고
어느 상권가도 뻔히 보이는 고만고만한 프랜차이즈 업체와 인연을 맺는다거나...
안그래도 각종 세금과 식재료, 유지비, 인건비, 대출 받았다면 다달이 상환금 등등으로 주변에 여기저기서 돈 들어갈 데 천지인 식당 사장을
말이 사장이지 그저 한낱 월세나 바치는 중간관리자로 만들어버리는..
이렇게 되면 멀쩡하던 가게 사장도 시달리다 시달리다 못해 성격 변하면서 직원들 속 헤아리지 못하게 되고..
음식점 하기전에 안듣던 욕 음식점 하고나서 소나기처럼 듣게 되고..
암튼 글 좀 쓰다보니 통일성도 없어지고 뭐 다음에 어떻게 전개해야 될지 갑자기 머릿속이 하얘졌네요..
그저 코드맞고 마음맞는 건물주+사장+종업원이 적절한 타이밍에 만나
큰 잡음없이 복닥복닥 이익 창출해 나가는게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만족스런 생활을 하고 계시느라 이런데 푸념글 올릴 필요없이
그저 씨익 웃으면서 'ㅋㅋ 욕들 봐라' 하시는 분들이야 얼마나 되겠습니까
그런 분들 제외하고 대다수의 인연 못만난 분들에게
요식업계라는 곳은
다른 고생스럽다는 업계와 색깔만 약간 다를뿐, 비슷한 지옥이겠죠
업장을 이동하는건 회사로 치면 그저 부서를 이동한다는 느낌으로
요식업계 전체가 하나의 회사라고 생각하고 살고 있어요.
내가 정말 회사를 그만 두는건, 한곳의 직장을 그만두는 게 아니라
이 요식업계를 떠날 때. 그때가 회사를 그만두는 거라고...
정신병 같은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좋은 요리사, 좋은 사장, 좋은 건물주에겐 언젠가 행운이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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